25년째 같은 아침을 먹는 이유 - 반복의 힘, 비밀, 왕처럼

 

반복의 힘, 비밀, 왕처럼

목차

1. 루틴 자체가 건강이다 — 25년이라는 반복의 힘

2. 그 아침 식단의 비밀 — 누룽밥·달걀·토마토·브로콜리·사과

3. 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 언제 먹느냐가 무엇을 먹느냐만큼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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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려고 사는 것인가, 살려고 먹는 것인가. 이 질문을 가끔 스스로에게 던진다. 먹는다는 것과 산다는 것은 너무나 밀접해서, 때로는 그 경계가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인간이 만약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존재였다면 전쟁도 많이 줄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끼니마다 뭔가를 챙겨야 한다는 것 — 아, 알약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싶은 날도 있다.

그런데 81세에도 현역으로 활동 중인 국내 한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문제를 다르게 해결했다. 25년 동안 아침 메뉴를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것이다. 뭘 먹을지 고민하는 에너지 자체를 없애버린 셈이다. '살려고 먹는다'는 답을 가장 단순하게 실천한 방식이 바로 '매일 똑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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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틴 자체가 건강이다 — 25년이라는 반복의 힘

매일 아침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라고 부른다. 하루에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양질의 결정에는 한계가 있고, 사소한 선택들이 그 여력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정장 색깔을 회색과 파란색으로 고정했던 이유도 같은 논리다 — 중요한 판단에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 일상의 선택을 최소화한 것이다.

한국 가정의학과를 개척한 이 전문의의 하루 루틴은 식사만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방 안에서 맨손 체조, 스트레칭, 푸시업, 스쿼트, 스테퍼를 차례로 소화하고 명상으로 마무리한다. 40분짜리 루틴이다. 저녁 식사 후에는 아파트 단지를 세 바퀴 돈다. 30분. 이것이 81세의 하루다.

루틴의 힘은 반복 자체에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한다는 안정감은 신체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낮춘다. 무엇을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뇌는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25년이라는 시간은 그 자체로 의학적 증거다.

건강 루틴을 지속하는 데 가장 큰 적은 변화다. 메뉴를 매일 바꾸고, 운동 종목을 자주 교체하면 지속하기가 어렵다. 처음에는 다양성이 동기를 주지만, 결국 지치는 것도 그 다양성 때문인 경우가 많다. 25년이라는 숫자가 증명하는 것은 음식의 우수함만이 아니라, 단순함이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2. 그 아침 식단의 비밀 — 누룽밥·달걀·토마토·브로콜리·사과

25년간 매일 아침 식탁에 오르는 것들은 단순하다. 누룽밥, 달걀, 토마토 주스, 브로콜리, 야채, 사과. 화려한 슈퍼푸드 조합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학적으로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유가 있는 선택이다.

달걀은 자연이 만든 완전단백질에 가장 가깝다. 필수아미노산 9종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콜린이라는 성분은 뇌 기능과 간 건강에 기여한다. 특히 근육량이 빠지기 쉬운 고령층에서 달걀의 단백질은 근력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토마토는 익히거나 주스로 가공하면 라이코펜 흡수율이 생과보다 2~3배 높아진다. 라이코펜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심혈관 질환과 특정 암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어 있다. 브로콜리는 설포라판이라는 성분을 포함한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다. 항염·항암 효과로 주목받는 설포라판은 열을 가해도 일정 수준 유지된다.

사과의 식이섬유인 펙틴은 장 속 유익균의 먹이가 되고, 폴리페놀 성분은 혈당 조절과 항산화에 작용한다. 누룽밥은 공복 상태의 위에 부담이 적고, 소화 흡수가 부드럽게 이루어지는 한국 전통 방식의 탄수화물 공급원이다. 이 다섯 가지의 조합은 단백질, 항산화, 식이섬유, 탄수화물이 고르게 갖춰진 아침 구조다.


3. 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 언제 먹느냐가 무엇을 먹느냐만큼 중요한 이유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 서양 속담이지만, 이것이 현대 의학에서 점점 뒷받침되고 있다. 인체의 소화 효소와 인슐린 감수성은 하루 중 아침에 가장 활발하게 작동한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아침에 먹을 때와 늦은 저녁에 먹을 때 몸의 반응이 다르다.

이스라엘 연구기관의 임상 연구에서 과체중인 성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같은 칼로리를 제공했을 때, 아침에 더 많이 먹은 그룹이 체중과 혈당이 더 크게 개선됐다. 2017년 미국영양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하루 1~2회 식사를 하고 아침을 충실히 먹은 그룹이 여러 끼를 먹은 그룹보다 비만도가 낮게 나타났다.

아침을 거르면 오히려 점심 때 혈당이 더 크게 오르는 '제2밥상 효과'가 발생한다. 공복이 길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식사가 들어오면 인슐린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는 것이 하루 전체의 혈당 곡선을 안정시키는 시작점이 된다.

이 전문의의 철학은 단순하다. 아침은 왕처럼 충실히, 저녁은 최소한으로. 저녁 식사 후 다음 날 아침까지의 공복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면, 몸은 그 시간 동안 스스로를 정비한다. 인체의 자기 복구 시스템인 자가포식(autophagy)이 공복 상태에서 활성화된다는 것도 최근 의학이 주목하는 개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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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정답은 복잡한 곳에 없었다

알약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 그 바람을 이해한다. 그런데 25년간 매일 같은 아침을 먹어온 81세 의학 교수의 이야기는, 어쩌면 그보다 더 단순한 답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 몸이 기억하는 리듬, 수십 년이 지나도 바꾸지 않을 이유가 있는 식단.

살려고 먹는다는 것의 가장 구체적인 실천은, 먹는 행위를 삶의 중심에 두되 거기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복잡한 식단표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단순한 루틴이 결국 더 강하다.


출처

• 코메디닷컴 - 80대 가정의학 교수의 운동·식사 루틴 

• 파이낸셜뉴스 - 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비만·혈당에 효과 (영국 연구)  

• 세계일보 - 음식만큼 중요한 것은 먹는 시간  

• GQ 코리아 - 장수 전문가가 말하는 저녁 식사 최적 타이밍  

• 세계일보 - 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다이어트 효과적일까